"붉은 광장이 붉지 않다."
러시아 여행을 다녀온 사람이라면 대부분 붉은 광장의 짙은 회색빛 돌바닥을 밟으면서 '붉은 광장이 왜 붉지 않을까?'하고 의문을 가졌던 기억이 있을 것이다. 사실 이러한 의문은 오역으로 인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이다. 붉은 광장 red square 라는 표현은 '아름다운'이라는 의미의 러시아 옛말을 잘못 번역했기 때문에 탄생한 표현이다. 붉은광장이라는 말에서 '붉은'이라는 형용사는 러시아어 '끄라스나야'를 번역한 것이다. 이 형용사는 지금은 '붉은'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지만 이 광장의 이름으로 붙여질 당시만 해도 '붉은'이라는 뜻이 아니라 '아름다운'이라는 뜻으로 사용되었다. 즉 "끄라스나야'는 위에서 배운 아름답다는 뜻의 형용사 '끄라시바야'의 옛말 중 하나다. 그런데 현대에 와서 영어로 번역할 때 원뜻을 모른 채 지금의 의미인 '붉은'이란 뜻만 살리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다. 결국 '붉은 광장'은 정확히 번역하자면 '아름다운 광장'이다. 붉은 광장이 붉지 않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왜 러시아에서는 '아름다운'이라는 말과 '붉은'이라는 말이 혼용되는 것일까? 아름다움을 나타내는 '끄라시바야'와 '끄라스나야' 이 두단어에 공통된 어근 '끄라스' 바로 여기에 그 이유, 나아가 러시아 문화의 뿌리가 숨어 있다. 러시아말 '끄라스'는 어디서 유래했을까? 러시아어의 뿌리가 되는 인도 유럽어에서 'k#r#s' (#는 모음자리를 표시하는 언어학 기호)는 '불타다'라는 뜻이다. 즉 러시아 사람들에게 아름다운 것은 '불타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이야기다. 어둡고 추운 겨울이 긴 나라에 사는 사람들에게 짧은 여름의 '타오르는 불빛'이 얼마나 아름답게 보였을까? 그들에게 이 불빛은 생명을 상징하는 그래서 가장 소중하고 아름다운 것이었다. 사실 러시아 문화의 모든 것이 이 '불태움'의 아름다움으로 가득차 있다." <줌인 러시아, 이대식, 삼성경제연구소, 23-2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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